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진다
감정의 말이 사라진 시대감정은 단순히 느끼는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, 언어를 통해 비로소 인식되고 정리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. 우리는 누군가에게 “기분이 나빴어”라고 말할 수 있을 때,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고, 이해하고, 상대와 공유할 수 있게 된다. 그런데 최근 사회에서는 ‘감정의 언어’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. 예전에는 '분하다', '서글프다', '섭섭하다', '허탈하다', '허무하다', '억울하다', '창피하다' 등으로 감정의 미세한 뉘앙스를 표현하곤 했지만, 이제 많은 이들이 단지 “그냥 좀 그래”, “짜증 나”, “힘들다”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뭉뚱그려 말한다. 이로 인해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‘느끼고’, ‘전달하고’, ‘공감받는’ 기회를 잃고 있다..